클래식은 죽지 않는다

오늘은 드물게 게임에 관련된 흥미로운 주제를 떠올리게 됐다. 지난번 포스트에서 게임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고찰해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것이 도움이 된 듯하다. 그 주제란 것은 바로 클래식(음악 아님). 지금부터 약 5년 전 와우 클래식이 출시되고 꽤 히트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5년 전으로 회귀할 필요도 없이 작년은 어떠했나? 클래식 메이플스토리 메이플랜드가 대히트. 그러더니 갑자기 이번에는 바람의 나라 클래식이 또 화제를 몰고 있다.

 

 

열정이 식은 나

무슨 열정이 식었는가?오블완 챌린지를 통해서 블로그 포스팅을 반 강제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래도 블로그 글 쓰는 것은 재미있다. SQL 공부도 회사에서도 쓰고 있고 BigQuery에서도 활용하기도 하

data-game.tistory.com

 

물론 와우 클래식과 클래식 메이플, 바람의 나라는 각각 큰 차이점이 있는데, 와우는 오피셜이고 클레는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활용한 팬메이드 게임이며, 클바는 클메와 동일하게 메월드를 사용했지만 넥슨팀이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려 넥슨 정식 개발팀이 운영하고 있다

 

클래식에 열광하는 이유

와우 클래식

 

 


나는 와우를 플레이하진 않았기에 와우 클래식의 흥행요소는 잘 모른다. 그래서 잘 정리된 두 개의 기사를 참고하였다.

 

와우 클래식은 출시하자마자 서버 대기열 약 1만 명, 트위치 동시 시청자 수 110만 명이상을 달성하며 그 인기를 실감하게 하였다. 와저씨들의 화력이란 대단한 것. 지금의 MMORPG가 당연한 편의성을(자동이동, 탈 것, 파티모집) 제공하고 있지만, 와우 클래식은 조금 달랐다. 초기 와우의 그 불편함의 해상도가 굉장히 높았다는 것. 자동이동은 없고, 탈 것도 굉장히 비싸며, 레벨업도 불편하고 애드(몹이 몰리면)가 나면 죽기 일쑤. 퀘스트 지문은 불친절하며, 파티 찾기도 채팅창을 통해서만 행해야 한다. 

 

와! 개불편해 보여! 이걸 누가 해?

 

그럴 수 있다. 불편하고 편의성 떨어지면 게임을 즐기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수치가 말해주듯 와우 클래식은 확실한 흥행을 거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한 기자는, 이러한 불편함이 더 활발한 유저 간 상호작용을 야기한다고 언급했다. 정보가 없을수록, 채팅창에 더 많은 질문, 정보글이 올라온다는 말이다. 그 지식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여 성장한 뉴비는 다음 뉴비가 같은 질문을 올렸을 때 대답해 줄 수 있는, 그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흠... 그렇다면 의도적인 불편함이 과연 클래식 게임의 흥행의 요소였을까..? 다음 게임인 메렌을 통해서 한번 알아보자

 

메이플랜드 (클래식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안 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처음 슬리피우드로 들어갔을 때 느낀 공포, 오르비스로 향하는 비행선 타 크림슨 발록이 나오진 않을까 불안해하면서도 밖에서 경치를 즐겼던 날, 루디브리엄에서 파티퀘스트를 깨던 추억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하지만... 어렸던 나에게 단검 도적의 길은 너무나 어려웠다. 물약 값조차 제대로 벌지 못하여 게임을 접었던 쓰라린 기억도 있다.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이라는 게임 시간의 제한은 더더욱 메이플스토리에서 손을 놓게 되는 원인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 한 시간이 유일한 컴퓨터 시간인데 누가 똑같은 사냥을 한 시간 동안이나 하고 싶어 했겠어요?

이제 그런 게임 시간의 제한은 없고, 컨트롤도 그 시절 초등학생 1학년 때 비하면 월등이 좋아진 상황, 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리웠던 과거여...

 

게임을 시작하면 그리웠던 UI와 맵, 그래픽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1 레벨 올리기 위해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면서도 흑자 사냥에 신경 써야 했다. 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인 사냥을 하기 위해서 파티를 맺고 각자 맡은 구역에서 최대한 몹 젠 타이밍이 꼬이지 않도록 빠르게 사냥을 하는 사냥법도 필요했다. 위의 요소들은 지금의 MMORPG와 비교한다면 확실한 불편함이 맞지만, 이러한 불편함은 정말로 모험을 하는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직접 맵을 돌아다니고, 의뢰를 완료하면 합당한 보상을 얻고, 그것들은 불편한 성장단계의 오아시스가 되어주었다. 힘들게 성장해서 얻어낸 1 레벨업은 확실한 성장체감을 주었고  너무 게임에 깊게 빠져들어할 일도 내팽개쳐버리는 경우가 발생하였기에, 부득이하게 게임을 끊을 수밖에 없었지만, 클래식 메이플은 정말 재미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2003년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더라도 정말로 즐길 수 있었을까...?

https://www.gametrics.com/news/news01_view.aspx?seqid=55969

 

향수( 鄕愁 )

이번 포스팅을 쓰면서 의도적으로 피해온 단어이다. 사실 인기몰이에서 가장 큰 요소이다. 와우 클래식, 메이플랜드 모두 예전에 한 번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게임이다. 즐겼던 경험이 있고 다시 느끼고픈 감정이 생겨야 비로소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성립된다. 우리가 클래식이라는 게임에 열광할 수 있는 이유는 그 게임이 순전히 재밌기 때문만은 아닐 터이다. 과거의 즐겼던 재밌는 기억은 그리움으로 남아있었고 손쉽게 신규 유저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고, 과거미화가 어느 정도 적용된 부분도 확실히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대로 단순 추억팔이만이 이 게임들의 장점은 아니었으며, 클래식일수록 더해지는 불편함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유저 간의 소통증가 및 적절한 난이도와 그에 따른 보상이란 시스템은 현대의 MMORPG에서는 많이 퇴색되고 있는 가치이다. 실제로 메이플랜드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본가 메이플의 괴멸적인 운영행태도 한몫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예전의 고전 MMORPG들은 그 장르의 핵심을 최대화하여 구현해 놓았음을 클래식을 플레이하며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