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할까...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약 2년 정도 취준의 기간을 가지고 있다. 취업률 높다는 기공과의 장점을 포기하고 데이터분석가로 커리어 전환을 꿈꾼 그 댓가이다. 1년 정도는 박아볼만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2년이 다되가니 눈치도 보이고 정신적으로 피폐해가는 느낌이 들었다. 서류는 매번 탈락, 어쩌다 면접에 가도 1차에서 탈락. 게임 업계를 가고싶다고 자신있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나의 취업 성적표는 처참했다. 그렇게 슬슬 마음을 접고 다른 일을 알아볼까 고민하던 중... 예전에 지원하고 까먹었던 쿠키런: 모험의 탑에서 서류 합격 문자가 도착했다!
이어지는 코딩테스트의 압박
서류를 통과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코딩테스트. 그냥 평소하던대로 프로그래머스, Hacker Rank, solvesql, LeetCode를 풀었을 것 같지만 사실 열심히 하진 않았다. 이미 포기 직전까지 가서 그랬던 것일까 머리로 해야하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몸이 잘 따라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억지로 억지로 공부하고 적당히 코테를 봤는데, 얻어 터졌던 기억밖에 남지 않는다.
기억에 남는 문제들 밖에 없었는데, 연습 플랫폼에서 풀 수 있는 뭐 억지로 어렵게 만드려는 조건들이 아니라 정말 실제 데이터분석가가 평소에 흔히 쓸 것 같은 쿼리문제들이 나왔고 난 멸망했다. 7개 중 2솔했다.
면접 기회를 얻다
근데 붙었음 ㅇㅇ. 코까몰.
예전에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 지원했다가 떨어져서 당연히 떨어질 줄로만 알고 있었으나 기적처럼 붙은 것. 합격 문자를 봤을 때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면접까지 2주의 기간을 주고, 메일에는 데이터분석의 기본이 되는 지식과 고나련 게임 공부, 오프라인 코딩이 있다고 알려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회사에 대한 배경지식과 나의 경험을 정리하였고 게임을 플레이 하며 관련 기본지식을 쌓으며,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날짜는 곧 면접 일자로 바뀌었고 나는 긴장탓에 잠을 3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구비연의 컨디션은 사상 최악인 상태로 면접장을 향했는데......
落
두괄식 글쓰기가 중요한 요즘 세상, 결과부터 말하자면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떨어진 원인을 컨디션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조금 나중에...
면접장에 들어서면 아래와 같은 전망을 볼 수 있다. 그 동안 가본 게임회사들 중 가장 자유분방함이 느껴지는 사무실과 대기실 공간이었다. 그 와중에 쿠키들은 귀여웠다. 약 30분 동안 기다리니 나를 담당해주시는 인사담당관님께서 필요한 주스는 없냐는 말과 함께 나를 인도해줬고 면접장으로 먼저 들어가서 면접관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3분의 현직 데이터분석가 분들이 나를 반겨주었고 나는 황송할 따름이었다. 면접 기간은 약 1 ~ 2시간 정도였는데, 현직자 분들의 시간을 3 ~ 6시간에 해당하는 자원을 고작 나 한명에게 쏟아준다니 이 얼마나 감사할일인가!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면접자를 배려해주신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질 만큼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가 호로록 쏟아져 나왔을 때, 나의 이야기를 막지 않고 오히려 "우리는 그런 내용 되게 좋아해요. 편히, 대화하듯 이야기 나누면 좋겠어요." 라고 되려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면탈의 이유
하지만 면접 질문은 날카로웠으니, 평소에 프로젝트에 대해서 회고하면서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경험 정리가 잘 되어있었던 만큼, 다음에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에는 잘 대답하였으나, 경험 자체가 너무 하자가 많은 경험들이라 유사직종의 성공경험으로 어필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나 같은 경우 던파 장비분석 프로젝트와 방치형 게임 추천 프로젝트를 자소서에 적었고 당연히 해당 프로젝트들을 1분 자기소개에 소개했으며 자연스럽게 그 두 개의 프로젝트가 면접의 메인이 됐다. 해당 프로젝트들의 회고글을 보면 어느 약점이 있는 프로젝트였는지 단박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니 게임업계를 지망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데이터분석 취준생이라면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외에 게임업계를 특히 가고싶은 사람들의 경우 더 보기를 클릭.
그 외에 또 치명적인 탈락요소가 있다고 한다면, 바로 게임에 대한 애정 부족이었다. 이건 보고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면접 중 나의 레벨이나 성장도를 물어볼 수 있는 질문과 면접이 안잡혔다면 게임 계속 할거였냐? 같은 질문들을 들을 수 있었다. 바로 담당 게임의 애정을 체크하는 질문이었겠으나 해당 부분에서 나는 패스하지 못하였다. 누군가에게는 재밌게 즐길만한 게임이었겠으나, 최종컨텐츠가 보스레이드인 만큼 재밌게 즐기기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로스트아크, 던전앤파이터를 통해서 어느정도의 레이드 시스템에 대해서는 이해도가 있는 평이지만, 수집형, 모바일 게임에서 최종 컨텐츠가 레이드이다? 솔직히 쉽게 입문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고 그런 진입장벽은 진입하고 나서도 부셔지지 않은 채로 게임에 대한 재미를 반감시켰다. 허심탄회하게 말하면 모험의 탑은 나에게 있어서 재미없는 게임이었단 것. 그리고 그 부분을 면접관은 캐치한 것이다. 데이터 분석가란 해당 게임의 도메인 지식을 기반으로 가지고 있어야하는 직업이다. 근데 해당 게임에 대해 근본적인 재미조차 느끼지 못한다? 감점요소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떨어진 그 후...
비록 탈락했지만, 유저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고 면접자에게 지극정성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들어가고 싶었지만, 치명적인 단점들 때문에 통과하지 못했다. 다행히 면접을 통해서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해당 부분을 보완하고 면접을 본다면 실무면접은 가볍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피드백들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 지속할만한 열정이 이젠 남아있지 않았고 이제 데이터분석가의 꿈을 접으려고 했었다. 그러던 와중 기연을 만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