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게임 서비스 종료 번복사건

개요

 

어제오늘 게임 관련 기사를 읽어보던 중에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퍼스트 디센던트의 하락세와 한 달 만에 대규모 업데이트 소식, 패스오브엑자일의 급인기, 체인드 투게더의 흥행원인... 등등 이목을 끌고 파볼 만한 여지가 있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르케랜드, 서비스 종료 철회". 이미 서비스 종료를 결정한 게임이 그 결정을 번복하는 일은 게임 인생 중에서 처음 보는 일이기 때문에 더 파보기로 했다.

 

서비스 종료의 이유

 

1. 번역상태

 

재미가 없기 때문, 이라는 이유보다 더 심각한 문제였다. 첫 번째로 공통적으로 언급하던 문제는 번역상태. 번역은 개인적으로 게임성을 판단하기 이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르케랜드의 장르는 서브컬쳐 SRPG이다. 서브컬처의 중심은 바로 캐릭터에 있고 그들의 외모는 물론이오, 배경과 서사 즉, 시나리오가 얼마나 게이머에게 몰입할 수 있게 하는가가 중점인 장르이다. 서브컬처에서 번역 상태가 이상한데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게이머에게 채점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준비가 안된 상태였던 것이다.

 

2. 운영

 

일반적으로, 패키지 구매 횟수는 일간/주간/월간 몇 번으로 한정이 되어있다. 문제는 이것이 무제한으로 풀려버리는 버그가 발생한 것. 예를 들면, 누군가는 혜자 패키지를 하루에 하나만 살 때, 누군가는 10개 100개씩 살 수 있게 된 것.

건조하게 말하면 어차피 핵과금 유저는 이런 버그 없이도 격차를 내며 남들보다 앞서 겠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과금을 했으니 남들 보다 빠른 성장은 정당한 보상일 것이다. 하지만 명백히 버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악용하고 남들보다 앞서가는 게 올바른 성장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이것에 대한 대처도 최악이었다. 초과 구매 횟수만큼 제재를 가한다거나가 아닌, 모든 유저를 대상으로 구매 패키지 횟수 초기화와 보상이 이뤄졌다. 최근에 발생한 아주 유사한 사건인 쿠키런: 모험의 탑 패키지 초과구매 사건도 이만큼 큰 사건이었으나 적당한 처벌과 보상으로 운영의 불안한 부분을 불식시켰다. 두 사례는 동일한 문제를 겪었지만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서 유저의 신뢰를 받냐 못받냐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아르케랜드가 조금만 더 유저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대처했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게임에 남아줬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12월 28일에 사건이 터져버렸다. 정식 출시 날짜는 12월 7일이었다. 오픈빨 조차 제대로 타지 못하게 되며, 발번역을 감수하고 남아있는 게이머들에게 실망감을 선사하며 기어이 등을 돌리게 만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3. 결론

서브컬쳐 SRPG 게임에서 서브컬처를 판단할 수 없게 만든 발번역, 신규유저 획득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야 할 오픈 초기에 발생한 버그와 미흡한 대응으로 유저 확보 및 유지실패가 서비스 종료의 원인이라고 추측한다.

 

서비스 종료는 중지다

 

아르케랜드 서비스 종료 계획 중지 안내 공식 안내문

그랬던 아르케랜드가 서비스 종료 소식 발표 이후 충성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고 반성했고 바뀌겠다고 말하고 있다.

게임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 여러분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으며, 게임을 이용해 주신 이방인 여러분의 믿음을 저버리면 안 된다는 점에 대해서도 깊게 반성했습니다.
아쉬움만 가득 남은 채 이런 방식으로 <아르케랜드>가 떠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말뿐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해당 문구를 읽으며 아르케랜드를 모르는 나도 감동을 느꼈다. 게임을 많이 아낀다는 느낌을 받았고 게임 운영에 부족함이 많았다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금전적 수익이 나지 않은 게임은 서비스 종료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아르케랜드는 이례적으로 서비스 종료를 취소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서비스를 유지하기로 한 이유가 진정 유저를 위한 것이라면, 앞으로의 게임 운영은 더욱 유저 중심적으로 바뀔 것이고 비로소 게임성을 평가받을 수 있는 시작점에 서게 될 것이다. 그 게임성이 시장에 통할만한 것이라면 분명 흥행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저를 위할 줄 아는 회사로 변하는 즈롱게임즈가 잘 성장 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