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퀄리티 픽셀과 SRPG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를 키면 보이는 첫 화면이다

 

한 20년 정도 전에, 거실 소파에 혼자 앉아서 게임보이 SP로 SRPG를 즐겁게 했던 기억이 있다. 번역이 안되었기에 스킬, 아이템, 스토리 같은 건 전혀 이해할 수 없어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간단한 조작과 턴제 개념, 수려한 스킬 그래픽은 그때 당시 어린 필자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결국 마지막 보스까지 온몸을 비틀며 클리어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우연히 어느 스트리머가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소오콘) CBT를 진행하는 것을 보게 됐다. 오래전에 즐겼던 그 게임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아 자연스레 흥미를 가지고 출시날짜를 체크했다. 어제 소오콘이 출시했고 직접 플레이해 보니 예전의 감성은 감성대로 있었고 스토리와 연출면에서 몰입할 요소를 집어넣어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SRPG 장르에서만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전략 

소오콘만의 차별점은 아니나, 역시 SRPG. SRPG 게임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나의 움직임과 적의 움직을 예상하여 적절한 곳에 아군을 배치 및 스킬 조합으로 최소한의 피해로 적을 타파하는 맛이 있겠다.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여, 넉백, 화약통, 돌 굴리기, 고저차, 정면/측면/후면 공격, 캐릭터 스킬, 전술스킬, 속성 등을 생각하면 조합할 수 있는 전략의 폭이 무궁무진 해진다.

▲ 이렇게 앞으로 많이 나가면 다음 적턴이 돌아오면 먼저 맞기도 한다.

 

▲ 넉백을 하여 낙사를 유도하거나 반격에 유의하면서 전투에 임해야한다.

 

몰입도를 높이는 스토리와 연출  <스포 주의>

초반 프롤로그는 유저의 이목을 후킹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영문도 모른 채 감옥에 넣은 교도관이 갑자기 날 죽이려고 했으나 문을 박차고 들어온 예쁜 누나와 그 일행이 도와주고 칼에 맞아도 끄떡없던 누나는 감옥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창 몇 방 맞아서 급사한다. 밖으로 나와보니 혁명인지 뭔지 나라랑 폭도들이랑 뜨고 있었고 그 사이에 끼여서 죽을 뻔했는데 갑자기 저승인지 뭔지 모를 공간으로 고양이가 나를 건져 올려주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거나. 

 

▲ 말하는 고양이가 나를 건져 올렸던 공간이다.

 

초반에 여러 가지 사건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초반이 급박하게 진행된다. 어떤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두 가지 방식으로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바보의 여정

우리가 흔히 아는 스테이지 형식의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는 형식이다. 과거로 돌아가서 죽은 동료를 구하니 어쩌니 하는 스토리가 진행된다.

 

운명의 소용돌이

이 부분은 소오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 진행 방식이다. 만약 첫 사건에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지 않고 무사히 회피한다면 주인공은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라는 용병단에 가입하게 된다. 그 일원으로서 활동하며 콘발라리아 마을 사람들을 지키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쌓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 매인 스트림이다. 완벽한 if 시리즈인 것. 이 스토리 모드에서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 기사 동맹, 일리아, 교황국 중 기사 동맹과 원만한 관계를 쌓아왔기에 마을이 위험해졌을 때 기사 동맹에서 지원군을 보내주어 위기를 극복했다.

 

'바보의 여정'과 '운명의 소용돌이' 각자 다른 매력을 가진 스토리 모드이다.

 

운명의 소용돌이의 경우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용병단의 일원으로써 콘발라리아 마을을 수호하게 된다.

가챠와 BM

 

혜자냐 아니고를 떠나서 소과금으로 무난하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SRPG는 전략이 중요시되는 게임이다. 캐릭터가 너무 강하면 주변 기믹을 아무것도 수행하지 않고 그냥 데미지로 찍어 누르는 딜찍누 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이는 SRPG로써의 전략 플레이를 기대할 수 없게 만든다.

 

그럼에도 말을 하자면, 지를게 별로 없다. 패스, 월간 지속 보상 같은 것을 제외하면 본인 욕심에 따라서 과금하면 된다.

 

 

총평: 풍성한 스토리에 수준급의 도트 그래픽과 연출 그리고 과거 SRPG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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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가로서의 시선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의 분석가라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먼저 눈에 띄었던 것은 게임을 일정 부분 클리어하면 설문 요구한다. 그 설문에서는 광고에 어떤 부분이 포함되면 좋겠는지, 이 게임에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포함한 여러 질문이 있었다. 이와 같은 정성적 피드백을 취합하여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도 있을 것 같다.

 

아마 다른 서브컬처 게임과 비슷하듯 인기 캐릭터들이 복각하거나 아니면 매력 있는 캐릭터가 출시되는 경우 사람들이 몰리고 아닌 경우 내려가는 그래프를 그리게 될 것이다. 나의 추측으로는 블루 아카이브나 니케처럼 '캐릭터'에 영향을 심하게 받는 게임일 경우 비수기와 성수기일 때의 차이가 심하다. 하지만 명일방주처럼 캐릭터도 물론 중요하지만 '디펜스 게임'으로써 충분히 매력 있는 게임인 경우 변동성이 낮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소오콘도 SRPG로써의 게임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변동성이 낮은, 안정적인 리텐션이 확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오픈 초기 이 시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나 같은 SRPG에 이미 좋은 인상을 가진 사람이 아닌, 사람들에게 소오콘의 핵심재미를 빠르게 전달하고 리텐션의 하향곡선을 최대한 저지하는 업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유입된 인원들 중 얼마나 많은 비율이 튜토리얼을 넘겼는지, 그리고 그 인원들은 다음 날에도 들어와 주는지, 아니라면 어디서 이탈을 진행했는지, 남아 있는 인원들은 무엇을 경험했기에 남아있는지 등등 여러 분석 단위로 나눠서 오픈빨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여 평균값 높은 리텐션을 노려야 할 것이다.

 

초반에 사건이 안 터지도록 가챠 확률 검증 같은 것도 반드시 검수, 검수, 또 검수 해야할 것이다. 혹은, 비정상적으로 빠른 성장을 하는 계정이 있다면 어떤 버그성 플레이를 한 것은 아닌지 체크하는 일도 할 것 같다.

 

이미 중국에서 나온 게임이니 만큼 국가별 초기 게임 반응을 보면 후기작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이랬는데 한국이나 일본은 이렇구나?"와 같이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다.

 

푸시 알람 같은 것이 왔는데 이 메시지가 다소 재촉하는 문구는 아닌가? 어느 시간대, 어느 문구, 어느 아이콘으로 알람이 갔을 때 더 많이 들어와 줄까? 를 A/B Test를 통해서 검증하고 확인해 보는 작업도 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