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이상혁 프로게이머의 기조연설연상
토요일. 공부나 취업준비를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에 치과를 가고 오늘은 방에서 잠깐 책상에 엎드려 자고 유튜브 탐방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페이커 이상혁의 기조연설영상이 눈길을 끌었고 자연스레 풀영상 시청을 때렸다. 이상혁 프로게이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그에 관한 설명은 생략하고 페이커가 기조연설을 통해서 젊은이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했는지, 그가 생각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이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도전의 의미
페이커는 본인의 프로게이머 입문 시절을 회상하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확실히 그때 만약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는 마음을 품고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도전에 진심이었을까? 정작 페이커는 뭔가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프로게이머를 하는 것이니 만큼 무조건 프로게이머로서 성공! 을 노리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잘되면 좋겠지만 안돼도 그 프로게이머라는 경험이 정말 해보고 싶었다고. 만약 해보고 안되면 다른 일 해보지 뭐... 같은 마인드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적 게임와 늘 밀접한 생활을 하였고 게임을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게임을 하는게 너무 재밌고 이런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나와 무엇이 다를까 한번 생각해보았다. 가정환경이나 성격등 여러 부분이 다르겠지만 저 어렸을 적 팩 꼽고 했던 게임에 대한 기억이 소중하다는 것은 같다. 그러나 거기서 확장시켜서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게임으로 인지하고 그것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적 게임은 나에게 일종의 보상 같은 느낌이었고 게임 중독을 두려워했던 부모님의 통제하에 이뤄졌던 탓에 게임이 좋은 것이라는 인식 자체를 잘해보지 못했다. 실제로 리그오브레전드도 고3 수능이 끝난 2015년 12월에 처음 시작을 하게 됐었던 만큼, 그전까지는 거의 게임을 해보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떠한가, 스스로 게임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갖고 있을까? 게임을 좋아한다. 재밌으니까. 평소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고 그 세계에서 허용되는 한 마음대로 움직이며 상호작용 할 수 있으니 이 만큼 재밌는 영역이 있을까. 그만큼 재밌는 영역에 입문하기 위해서 2년이라는 시간 가까이 취업 준비를 하고 있노라면 있던 열정도 없어지기 마련이다. 그런 나에게 페이커는 다음과 같은 연설을 이어 나가주었다.
실패의 의미
13년도에 데뷔하여 13, 15, 16년도에 우승을 하였다. 데뷔하자마자 빠르게 성과를 보였으니 그때 당시에 내가 최고고 이렇게 잘하니 앞으로도 계속 우승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한다. 그다음으로 우승을 거머쥔 것은 23년도. 7년의 시간 동안 그는 실패를 겪었고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언급했다. 승부에 세계에 있는 만큼, 승리는 당연히 좋은 것이고 패배는 당연히 나쁜 것이라고 생각된다. 승자독식. 페이커 또한 승부욕이 정말 강했다.
지면 숙소 소파에게 주먹질을 했을 정도로
그랬던 그가 계속해서 우승하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했을 때 승부욕이 승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고 어떻게 하면 승부욕의 모난 부분을 다듬어서 패배를 배움으로 승화시켜 낼 수 있었는지 설명했다.
실패를 실패라고 생각했으면 올해 우승은 못했을 것
그의 발자취를 안다. 16년도 이후로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알고 있다. 터무니없게 망해버린 시즌도, 게임 외적인 이유로 퍼포먼스가 떨어진 시즌도, 감독의 전략에 의해 밴치를 달궈야 했을 시즌도, 몇 번이나 눈앞에서 우승컵 트로피를 놓쳐버린 시즌도 있었다. 심지어 올해는 비인륜적인 디도스 공격에 시달리며 심각한 손목부상까지 겹쳤다. 하지만 끝끝내 그는 그런 모든 부조리와 실패를 결국 승리로의 과정으로 승화시켰다. 실패를 이겨낸 것이 아니다. 과정의 일부로 삼아버린 것이다. 이제는 경기를 지더라도, 아! 이것은 작은 성공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실패하더라도 괜찮다. 그것은 작은 성공이니라 그러니 자연스레 두려움 없는 도전정신도 따라오는 것이다. 실패가 아니니까. 얼마든지 도전을 해도 괜찮으니까.
올해 그가 만약 우승을 하지 못했더라도 올해의 실패마저 내년의 승리의 과정으로써 사용했으리라. 페이커의 눈에는 패배가 패배가 아닌 승리를 위한 디딤돌로써 보고 본인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은 아닐까?
성장과 배움의 의미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은 성장과 배움이다. 프로게이머를 하다 보면 이길 때도 질 때도 있지만, 승패라는 것이 꼭 자신의 손에 달린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더 준비를 잘했을 수도 있는 것이도 아니면 정말 운이 안 좋았을 수도 있고 정말 잘 대비를 했지만 다른 어떤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인해서 승패가 결정 날 수도 있는 것이다. 페이커는 그런 외부 요인에 의해서 승패가 결정 나는 것이 정말로 싫어서 나에게 찾을 수 있는 변치 않는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그에게 있어서 본인이 성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딱 두 가지로 일축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 그리고 준비를 잘했다면 그것은 성공이다.
그 배움에 있어서 그는 겸손의 미덕을 강조했다. 남들을 통해서 무엇인가를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것. 뒤이어 요즘, 혐오의 세상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는 첨언을 남기며 해당 기조연설을 마무리했다.
마무리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실패가 성공을 낳기 때문에 하는 말일 것이다. 때문에 실패를 어떻게 승화시킴에 따라서 도전이 두렵지 않아 지고, 더 많은 기회를, 더 많은 성공을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페이커가 말하는 성장과 배움도 마찬가지이다. 취업의 성패는 지원서를 낸 순간 우리의 몫이 아니게 된다. 그냥 지난번에 썼던 자소서나 포트폴리오보다 오늘 낼 서류가 조금이라도, 정말 조금이나마 나아진다면 그것은 성공이 아닐까? 외부적인 요소로 인해 판단되는 승패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가끔은 모든 것을 멈추고 지극히 개인적인 우리의 성패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