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네트워크 품질 데이터분석 보조 한 달 후기

개요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이제 1개월 차로 접어들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함께 있을 수 없는 대단한 존재들과 같은 공간에 있음만으로 대단히 황송할 따름이다. 대부분의 팀원 분들이 책임급이시고 그 위에 팀장님이 계신다. 다들 경력이 15년이 훌쩍 넘어가는 베테랑 직원분들과 한 공간에 있음으로써 몇 가지 보이는 것들이 있었다. 오늘은 이런 대단한 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무엇을 경험하고 배웠는지 적어보려고 한다.

 

깊은 한숨

다들 한숨이 많이 깊으시다. 막 입사했을 때는 왜 그러시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나도 같이 한숨을 쉬고 있다. 삶의 애환이 너무 깊은 것이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과 부인을 생각하면 너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것이다. 는 구라다. 그냥 업무가 더럽게 빡셀 뿐. 다른 분들의 업무는 모르지만 다들 새로운 무언가를, 혹은 새로운 방법으로 무언가를 더 낫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이 순수하게 개발의 업무 자체만으로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의사소통적인 부분도 정말 크다. 무언가를 하려면 다른 팀의 누구, 협력사의 누구를 통해서 같이 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경우 이메일 혹은 전화로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는데 정말 왜 그렇게 취업공고에서 의사소통을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가끔 전화를 끊으시고 깊은 한숨을 쉬시는 경우가 많은데... 정말... 의사소통이 힘든가 보다..

 

다들 너무 능력자

팀장님이 누군가에게 업무 지시를 시키는 것을 많이 본 적이 없다. 다만 질문을 정말 많이 하신다. 순수하게 질문. 각 팀 구성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가 하나씩 있는데 너무 전문화, 개인화되어있다. 한 명은 A, 누구는 B 이런 식으로 전혀 다른 업무를 항상 맡고 있다. 각각이 국가권력급 인재, 대체 불가능 인력이라는 인식이 든다. 각 사람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떠한가? 당연히 함부로 대할 수 없지 않겠나? 그렇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고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존중은 능력에서 오는가? 아니면 존중하니 능력이 나오는 건가?

 

전달력

나의 주요업무 중 하나는 선제 개선을 위한 데이터 정리 및 기입이다. 이번 주차에 갑자기 숫자가 튄다면 누군가가 그것을 눈치챌 수 있도록 데이터를 수작업으로 기입하고, 금주차 데이터들의 현황이 어떤 지 보고할 때 쓰이는 데이터들의 정리 역할을 맡는다. 그러다 보면 회의자료 초안을 업데이트할 때가 있는데, 어디서 어떤 수치가 떨어졌는데, 이건 그거 때문이다의 내용이 알기 쉽게 적혀있다. 딱 한번, 회의에 참가해 봤는데, 어떤 것을 개발하고 있으며, 뭘 더 추가로 원하는지까지의 발표 flow가 가희 예술급이었다. 늘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쉽사리 발전되지는 않는 '전달력'은 회사 곳곳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사용되고 있었다.

 

인간사

업무적인 내용보단 사실 이쪽을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뭔가 인간적인 내용이라고 해야할까. 취준생 시절에는 만나는 사람도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적었으니 말이다. 팀원 분들은 나보다 십 수살은 많으신 인생 선배분들이 대부분이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절로든다. 대부분 결혼하시고 육아를 하시는데 정말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 어쩔 땐 주말이 더 힘들다고까지 말씀하신다. 양육에 대해서 공통된 이야기를 하는 만큼, 한국에서 계속 키우는 게 맞을까 고민하여 정말 해외로 나갈 설계를 하신 분도 계신다. 같은 남자로서 정말 존경하게 되는 부분이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가만히 앉아있거나 하는데, 육아에 설계에... 다들 초인인가 싶다. 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많이 부끄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