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드를 운영한 지 3개월 20일, 112일이 지났다
소드오브 콘발라리아라는 게임 후기를 남겼는데 기억하시나요? 저는 게임을 오픈하자마자 지금까지 계속 달려온 건 이 게임이 처음입니다. 인생 게임이 될 것 같아서 게임이 오픈된 지 3일 지난 후 바로 길드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런 게임 길드를 운영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라서 어떻게 운영해야하는지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때는 다른 길드를 염탐하며, 다들 운영하는 오픈 카카오톡 방을 만들고 구색만 갖춘 채 길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초라하게 시작했던 제 길드는 어느새 100일 훌쩍 넘겼고 지금도 잘 운영하며 즐기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길드라는 것은 운영하면서 배운 것들을 몇 가지 끄적여 보려고 합니다.
고퀄리티 픽셀과 SRPG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소드 오브 콘발라리아'
누구를 받아야하나요?
길드를 개설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했어야 했던 것은 바로 '인선'. 이왕이면 오래 하는 사람들을 같이 데리고 가고 싶었기 때문에, 아무나 받지 않고 가려 받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프로필을 누르면 해당 사람의 여러 콘텐츠를 얼마나 진행했는지 알 수 있는데, 그걸 보고 얼마나 게임에 진심인지 파악했고. 비슷한 레벨대라면 프로필을 이쁘게 꾸민 사람한테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사실 서류를 보고 합/불합을 결정하는 것도 비슷한 일 아닐까요? 우리 회사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프로필에 보여주고 오래갈 사람임을 어필하고, 최대한 어필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는 것. 게임에서나마 인선을 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정말 조금이라도 그들의 입장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왜 나가나요 ㅠㅠ
그다음 말하고 싶은 건 이탈에 관하여입니다. 중간까지 잘 즐기다가 갑자기 무언으로 길드를 탈퇴해 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알 수가 없었고 떠나가는 사람이 남기는 마지막 알림을 보고 씁쓸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가는 이유를 밝히고 나가는 사람은 정말 극히 일부였고, 인사라도 남기는 길드원들도 정말 드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길드라는 것을 만들어낼 수 있고 더 이상 떠나가지 않을 수 있게 막을 수 있을까 고민도 했지만, 결국 제가 열심히 활동할 수 밖에 없겠더라구요. 각자 게임을 접는 이유도 제각각이고 그중에는 한낱 길드장에 불과한 제가 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태반일 테니까요. 그렇게 나가는 사람은 자유롭게 나가되 들어오는 사람들은 가려서 받는, 유입에 굉장히 불리한 길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게임의 재미와 길드 운영의 난이도는 반비례하다
게임이 한동안 오랫동안 없데이트가 진행된 적이 있습니다. 정말 늘 똑같은 것만 반복해서 해야 하는 입장에서 길드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게임이 재미없는데 길드에 남아있을 이유가 있을까요? 메인이 재미없는데 서브가 아무리 발악해 봐야 장강의 흐름을 막을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30명이 정원인 길드는 거의 19명으로 주욱 주욱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지켜낸 가치
길드의 사람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분위기도 침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식 카페에도, 라운지에도 홍보를 했지만 그것으로 들어오는 사람의 수는 미미하거나 신청을 했어도 수리하기 전에 다른 길드에서 먼저 채가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이 정도면 얼마든지 빗장을 내려서 자유가입 형태의 길드를 운영해도 어쩔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유는, 지금 남아있는 사람들은 개인차는 있으나 어느 정도 우리 게임에 진심인 사람들인데 갑자기 길드의 1/3을 낯선 사람들로 채워버리면, 지금까지의 분위기라는 게 망쳐지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즐기자!" 라는 모토를 가지고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자유 가입하는 사람들이 그런 모토를 따라주지도 않을 것 같았고 마구마구 비틱질을 해버린다면 있는 사람들도 나가버리는 최악의 경우를 맞이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부족하더라도, 절대 자유 가입으로 바꾸진 않았습니다.
오카방 운영은 어떻게 하면 되지..?
오픈 카카오톡을 처음 운영해보기도 하고 참 방 분위기라는 것을 어떻게 운영할지 역시, 길드장의 성격에 역시 크게 좌지우지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길드 오카방은 조용히 게임하고 싶으신 분, 일상 이이기를 공유하고 싶으신 분, 게임과 전혀 관계없는 기사를 갑자기 공유하는 분, 여러 사람들이 혼재해있는 길드 오카방이었습니다. 다행이 정말 악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무언가 게시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고 다들 상식인이기에, 말은 안했지만 은근히 관계 없는 포스팅은 게임 관련 글을 마구 올려서 가린다던지, 식의 눈치(?)를 주며 서로 존중(?)하는 오카방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한 때는 비틱질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고, 한 길드원이 해당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그것을 먼저 말하게 할 정도로 참게 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고 절대 문제 해결을 뒤로 미루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지게 되었죠. 뭔가 제한을 걸까 하다가 '그냥 알아서 눈치 있게 잘하자'인 다른 길드원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정말 적당한 비틱이라는 것이 다음 뽑기부터 실현되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미리 "너무 심한 비틱은 하지말하주세요~"라고 말했다면. 어쩌면, 이탈인원을 조금 더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인수 합병
까진 아니고, 어느 날 4명의 인원이 우리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고 말했다. 원래 있던 길드는 망했다고. 나는 오카방에 길드원들의 의견을 물었고, 우리 길드원 수도 적은데 받죠라는 의견이 2건 정도 나와서 4명 다 수용하기로 하였다. 19명이었는데, 4명이나 새로 인원을 들었으니 걱정이었던 것은 혹시 길드의 물이 흐려지진 않을까? 했던 것이다. 4명은 원래 같은 길드이기도 했었으니 그런 부분을 걱정이 되었던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3명은 조용한 스타일어서 그렇게 크게 뭔가 바뀌는 일은 없었다. 만약 이상한 사람들이었으면 정말 심란했을 텐데 정말 다행이었다.
마무리
정말 미약하게나마 인사팀의 말단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인선부터 이탈 저하, 운영 같은 것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성숙해진 부분도 있고 배운 부분도 정말 많다. '소드오브 콘발라이아' 인생 게임인 만큼, 인생 길드를 만들고 싶고 운영하고 싶다.